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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군생활회고

203특공여단과의 첫 인연, 그리고 소대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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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대 단체 회식
소대원들과의 첫 회식. 코로나로 인해 취임 후 3개월만에 단체 회식을 가졌다

1. 203 특공여단에서의 소대장 취임 

203특공여단 마크
203특공여단. 21년도에 해체되어 지금은 203신속대응여단이다

203 특공여단과의 첫 만남 

드디어 보병학교를 수료하고 본격적인 야전생활이 시작됐다. 설레는 마음으로 계룡에 있는 자대로 갔던 날이 생각난다. 보병학교 수료 후에 3일간의 휴가를 즐기고 대전에 있는 할머니댁에서 사촌누나 차로 부대 위병소까지 갔다. 

 

위병소를 보면서, 드디어 실감이 났다. 이제 본격적인 군생활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굳게 잠긴 위병소 문 밖에서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갔다.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기에 간부 영내 숙소가 어디 있느냐고 위병조장실에 있는 병사에게 존댓말로 물어보았다. 

 

그러자 병사가 경례를 했다. 생전 처음으로 병사에게 경례를 받으며 당황스러웠지만 나름 멋있게 경례를 해주었다. 위치를 안내받은 이후, 짐이 있었기에 영내숙소로 곧장 갔다. 

간부 숙소 실내 사진
영내 간부 숙소 실내. 이곳에서 거의 2년 가까이 생활했다.

문 앞에 이름 적힌 방으로 가서 짐을 갖다 놓았다. 우리가 오는 시점에 맞춰서 부대에서 새 침구류, 의자, 테이블을 마련해주었는데, 너무 좋았다. 80년대 시설 그대로였던 보병학교를 생각하면 정말 좋은 방이었다. 

 

넓기도 했다. 하지만 화장실은 복도에 있는 화장실을 써야 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살기에 괜찮은 곳이었다. 최근 뉴스에 나온 숙소들에 비해서는 월등히 좋은 셈이다. 

 

소대장 취임 전 집체교육을 받다

집체교육간, 피곤해서 휴식시간 중에 잠을 자는 동기들

집체교육은 3일간 받았다. 여단장님을 뵙고, 우리가 어떤 임무를 맡았는지에 대한 교육도 받으며, 특공부대이기 때문에 체력단련간 어떤 것을 하는지에 대해서 직접 해보며 배우게 됐다. 전투체력단련이었는데, 차라리 3km 뛰는 게 훨 쉬울 정도로 힘든 것이었다. 

 

또한, 사격도 진행했다. 

K1 소총, PVS-11K 부착
2년간 함께할 총을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다.

사격간 제일 흥미로웠던 것은, 총에 조준경이 부착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 전에는 다 기계식 아이언 사이트로 사격을 했었는데, 조준경이 달려 있으니 매우 신기했다. 

 

전임자분의 훌륭한 인수인계, 

인수인계
전임자분의 훌륭한 인수인계 덕에 무엇을 해야할지 감이 잡혔다

소대장이 되면 해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작전 관련해서 상황판을 제작하는 것도 그렇고, 소대 내 장비 파악도 해야 하며, 용사들 면담 등등, 소대에 관해서는 내가 다 책임지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것들을 다 알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처음 왔을 때 다 알리가 없다. 그래서 전임자분으로부터 인수인계를 잘 받아야하는데, 너무 좋으신 분을 만난 것이 행운이었다. 

 

전임자분은 학군 56기로, 본인보다 2년 선배이신 분이다. 하지만 군 생활과 맞지 않아서 전역을 결심하게 되셨는데, 전역하시겠다는 것과는 별개로, 본인을 포함한 동기들에게도 교육을 잘 해주셨다. 

 

덕분에 상황판을 어떻게 만드는지 알게 되었으며 소대 전반에 대한 사항을 알게 됐다. 이 전임자분이 없었다면 너무나도 힘들었을 것이다. 너무 감사했다. 

 

인수인계 마지막 날에(이취임식날) 나에게 물어보신 것이 있으셨다. '장기인지, 단기인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으셨는데, 그 때는 장기를 할 의향이 있었기 때문에 장기를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하지만, 전임자분도 처음에는 장기를 하겠다고 했지만 영 맞지 않아서 그만두겠다고 하니, 꼭 장기를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이후 대화를 마치고 뒤 돌아서 퇴근하시는 모습을 보며, 자유로워진 한 인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 때 동기와 함께 '야 이제 시작인데 벌써부터 이런 마음이 들면 어쩌지'라는 말을 나누곤 했다. 그 모습이 군복입은 전임자를 보는 마지막 모습이었다.(전역한 후에도 몇번 뵙곤했다.)

 

드디어 소대장이 되다. 

지휘관, 지휘자를 나타내는 녹견

중대장님과 중대 간부들이 집합한 채로 소대장 이취임식이 진행됐다.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기에 매우 긴장되었다. 통상 취임사를 하기 전에 차렷자세로 서 있는 소대원들에게 '부대 열중쉬어'라는 명령을 내려야 하는데, 긴장한 나머지 이를 깜빡했다. 이 때문에 중대장님께서 취임사간에 본인 대신 명령을 내려주셨다.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중대장님과 중대 간부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로 시작되는 취임사는 사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사실, 소대원들에게 '체력단련 열심히하고 우리 전우애로 한번 잘 뭉쳐보자'이런 식으로 짧게 하고 싶었지만 형식을 중시하는 군에서는 이를 허용할 리가 없다. 

 

그래도 전하고 싶은 말을 마지막에 넣고 마치니, 소대원들의 표정이 싸해졌다. '체력단련을 강조한다'는 구절을 듣고 '아 큰일났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렇게 싸한 분위기 속에서 내 소대장 경력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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